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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이야기

엔지니어의 영업입문기

charonfly 2017. 2. 19. 15:31


0. 들어가며..

20대에 처음 회사에 취직하여 고작 1년 8개월만에 관두고 스타트업을 해보려 했을때, 난 영업은 단 1%도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저 단순하게 제품을 판매(Sales)하는 일이 영업이라고 생각했고 "제품만 있으면 된다" 라고 좁은 의미에서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스타트업에서의 영업활동은 스타트업 비지니스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왜 이렇게 생각이 바뀌게 되었는지, 스타트업에서 B2B(Business to Business) 영업을 하면서 몇가지 느낀점과 배운점을 정리하려고 한다.

1. 영업의 입문

나는 원래 임베디드 S/W 엔지니어였다. 그런데 어쩌다 영업을 하고 있는지 한번 기억을 곰곰히 추적해 보았다. 사실 첫 직장의 2년동안 나는 수많은 QA와 JAVA, C++코드 그리고 밤샘 개발로 찌들어 있었다. 동료들과 함께 개발을 하던 시절 나는 경력이 가장 적음에도 불구하고 PM(Project Manager)을 도와 PL(Project Leader)을 하고 있었다. 고객사와 커뮤니케이션하고 요구사항 미팅을 다니다 보면 어느날은 개발보다 정리하는 날이 더 많았다. 그때 나는 스스로 "고객이 나와 소통하는것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느꼈다. 고맙게도 나의 첫 고객사인 ㅇㅇ전자의 PM들은 내가 친동생 같았는지 아주 잘 챙겨주었다. 내가 다른동료보다 잘했던건 딱 두가지였다.

1. 고객(직급에 상관없이)을 만나면 언제나 크게 "안녕하세요" 인사하기 and 만날때마다 목례하기
2. 항상 웃는얼굴로 반기기(화가 나더라도)

[ 인사하기(대구교육 펌) ]


딱히 내가 누구보다 활발하다거나 말을 잘한다거나 하지 않았다. 그냥 위에 두가지만 했는데 고객사 직원분들은 나를 다른사람보다 좋아해 주셨다.(감사합니다.^^)

그리고 나의 두번째 직장인 대기업에서 고객사는 같은 그룹의 관계사였다. 팀장님과 과장님들은 내가 원한적이 없는 미팅에 동석을 시키고 고객사에게 인사시키길 원했다. 물론 이때도 저 위의 딱 두가지만 잘했었다. 사실 나도 천성이 엔지니어다. 지금도 영업을 나가면서 '사람 만나는 것보다 검정화면이 더 편하다'라고 생각한다. 본격적으로 그룹내의 고객사(?) 담당자들을 만나면서 나는 또 몇가지를 배우게 되었다.

1. 일단 끝까지 들어보기(내가 할말이 있더라도 꾹 참기)

2. 정리되지 않은 내용은 말하지 않고 이야기할때는 자신감 있게 말하기(내가 여기서 최고의 전문가다)

3. 정해진 약속 꼭 지키기(약속시간, 이메일, 입금시간, 개발 일정 등)

2. 일반적인 영업과 전략적 가치영업

처음 영업 전면에 나설때 나를 만나는 부장님들은 "술은 잘 먹나?" 라고 물어보면서 "영업은 말야~~"하며 20~30분을 본인들 무용담 늘어놓고는 했다. 지나가는 협력사의 어느 영업부장님을 보니 1. 술을 많이 먹어서 나온 배 2. 어제도 접대를 했는지 피곤한 표정의 까만 얼굴 3. 손목보다 큰 금 시계, 겉으로 들어나는 이런 외형적인 모습에서 나는 괜히 '영업까지 해보겠다고 했나?' 라는 생각이 종종 들곤 했다. 그때 내가 구매한 책에서 이런 영업은 구시대적 영업이라는 일침을 보았다. 지금은 전략적 가치영업의 시대라며 하나의 표를 보여주었다.

[ 기존 영업활동과 전략적 가치영업 ]

일반적인 영업과 달리 IT는 기술 기반의 전략적 가치영업이다. 폭넓은 IT 지식과 경험 그리고 고객에게 다가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나또한 기술영업을 하는 선배들이 있었지만 '나는 죽을때까지 엔지니어만 할꺼야' 라는 생각에 한번도 동창회 뒷풀에서 귀담아 듣지 않았던 내용을 몇권의 책과 직접 발로 뛰면서 배우게 되었다. 

3. 비전, 미션, 목표

내가 스타트업에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기업의 비전과 미션을 만드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영업을 나가는데 우리 제품의 비전과 미션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지금의 우리 제품이 경쟁사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고 비교하기 어렵다면 우린 이런 비전과 미션을 향해 발전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고객사를 만날때 비전을 이야기하고 이야기하지 않고는 고객의 머리에만 대고 이야기하느냐 가슴에 대고 이야기하느냐의 차이다. 

고객은 머리가 아닌 가슴(감성)으로 구매한다.

얼마전 우리회사 영업팀의 명함을 모두 교체했다. 명함 뒷면의 브랜드 로고와 함께 비전을 함께 기입하였다. 고객에게 우리가 단순한 S/W와 서비스를 파는 회사가 아니고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믿고 의지하게끔 말이다.

[ 비전을 세긴 명함 ]

4. 자료준비와 제안 설명회

고객사에 방문하기 전 나는 발표할 자료를 머리속으로 스캔한다. 몇페이지가 되든 내가 만든 자료는 모두 캡쳐화면으로 머릿속에 있다. 사실 처음에는 이렇게 되지 않았다. 회사에서 상무님 직속으로 사업기획을 할 때 같은자료를 10번이상 수정하고 보고하면서 상무님께서 한마디 하셨다. "이제 머리속에 다 있는거 아이가?" 그순간 내가 만든 자료를 생각해봤는데 16페이지나 되는 기획서가 머리에 다 들어 있었다. 외우려고 외운것은 아니지만 수십번 수정하고 보고하다보니 저절로 외워진 것이다.

상무님께서 그렇게 나를 강하게 키워주신 덕분에 요즘에는 1번 만든 자료도 모두 머리속에 외워지게 되었다. 발표를 연습할때는 머리에 있는 장표를 차례로 기억해 내면서 머릿속으로 대사를 가다듬는다. 새로운 내용의 제안발표 자리가 있다면 적어도 5번 이상 연습을 한다. 물론 마지막은 거울을 보고해야 한다. 고객은 나의 자료를 보고 음성만 듣는것이 아니라 나의 표정과 손짓 그리고 옷차림까지 모두 신경쓰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서 빈틈이 있으면 고객에게 신뢰를 주기 어렵다.

자료준비하고 발표할때 나는 딱 3가지를 명심한다.

1. '이 자료를 만든 내가 여기서 최고의 전문가다.'라는 생각으로 발표한다.
2. 내가 발표하는 자료의 한 단어라도 모르면 외워서라도 알아야 한다.
3. 서두루지 말고 천천히 말해라. 빨리 말하는건 긴장을 했고 아마추어라는 것이다.

5. 테스트들

영업은 끊임없는 도전과 테스트다. 한가지 방법이 옳다라고 하기엔 수많은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나는 요즘 고객사를 방문하면 서두에 우리의 비전을 이야기할때가 있고 고객가치 선언문을 이야기할때가 있다. 고객사의 느낌과 표정을 보고 어떤 문장이 더 신뢰를 주는지 확인한다. 이런 테스트와 확인을 통해 나와 우리 제품을 더 신뢰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최근 어떤책에서 "인생 제 2의 직업으로 영업이 1순위다." 라는 글을 보았다. 영업이 진짜 1순위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영업적인 사고방식과 전략적 접근은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1순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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